크리스마스 선물



“와~ 엄마! 크리스마스인데 제게 선물을 줬어요?!”

전에 몽골 사역을 마무리하고 나와서 잠시 한국에 머무던 차에 크리스 마스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교회 게스트 하우스에 지내고 있었는데, 교회 전도사님과 부목사님이 찾아오셔서는 초원이와 희원이에게 크리스마스라며 예쁜 선물들을 안겨 주었지요. 한아름 선물을 받은 초원(당시 만 4세)이는 뭔가 어색한듯 제게 와 물었습니다.

“엄마, 예수님 생일인데 왜 저한테 선물을 줘요?”

“음… 그러게…”

그간 한 번도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라고 의도적으로 선물을 줘 본 적이 없었기에, 해영은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되나 딱히 잘 떠오르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충 얼버무리고는 넘어가려는 찰라, 초원이가 씨익 웃더니 이렇게 이야기 하더군요.

“아… 아마도 전도사님이 예수님 생일이 너무 기뻤었나 봐요.”

초원이도 희원이도 많이 어릴 때였지만, 해영과 송용은 성탄절이 돌아 올 때마다 늘 아이들에게 성탄절의 참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하며, 나누고 싶어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두 가지... 하나는 성탄절에 예수님의 생일 파티를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예수님을 대신해서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나눠주는 일이었지요. 몽골에 있던 동안에는 늘 그렇게 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성탄 예배가 예수님 생일 파티로 여겨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매년 성탄 시즌이 되면 아이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서 엄마/아빠가 없어서 슬퍼하는 아이들에게 나눠주곤 했답니다. 아이들에게 성탄절은 그런 날이었지요.

초원이가 만 세 살 되던 해의 성탄절을 기억합니다. 당시 저희 가정은 몽골의 다르항이라는 지방 도시에 살고 있었지요. 고즈넉하고도 전원 풍경이 넘치는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였지요. 그 해 초원이의 크리스마스 기도제목은 ‘예수님이 우리집에 오셔서 함께 생일파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한 달 동안을 이 기도 제목으로 초원이가 기도를 했었지요. 초원이의 간절한 기도제목을 알았기에 해영은 성탄절 저녁에 차려 놓은 맛있는 음식을 식탁 위에 그대로 둔 채 밤을 지새워야 했답니다.

그 성탄절에 예수님은 저희 집으로 찾아오지 않으셨답니다. 적어도 저희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말이지요... 아마도 예수님은 지구상의 여러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모습, 아마도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의 모습을 하고 찾아 가시느라 바쁘셨는지도 모르겠네요.

그토록 성탄절에 예수님을 고대하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지낸 크리스마스에서 선물을 받은 것을 계기로 점점 예수님을 잃어가기 시작하였지요. 교회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전야제에 아이들이 앞에 나가서 율동을 하게 되었는데, 송용과 해영은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동영상을 찍느라 바빴습니다. 송용과 해영은 마치 재롱잔치에 온 부모들처럼 되어버린 것이지요. 아이들도 자기들이 찍힌 동영상을 보면서 스스로의 모습에 즐거워하였습니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몇 주가 지나고 저희 가정은 인도네시아로 사역지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 후 초원이와 희원이는 현지 기독교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학교는 홈스쿨링을 돕는 (semi-homeschooling) 학교였는데, 일주일에 세 번은 학교에 가서 배우고 나머지 날은 숙제를 가지고 집에서 배우는 그런 시스템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들을 때 부모들이 교실 뒤에 앉아서 함께하는 일이 적극 장려되는 그런 학교였습니다. 해영과 송용은 예배로 시작하는 학교 일과와,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선별된 교재, 기도와 사랑으로 지도하는 현지 선생님들을 보고는 그 학교의 시스템을 신뢰하게 되었고, 때로는 감동을 받기도 하였지요.

초원이와 희원이가 처음 이 학교에 다니게 되었을 때는 엄마인 해영도 긴장이 되었는지 아이들과 함께 매일같이 학교에 가서 이것 저것 따져보고, 생각하고, 배우고 가르쳐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에서 셋째, 넷째가 태어나면서 해영의 마음도 점점 느슨해져가기 시작했습니다. ‘뭐 초원이 희원이야 학교에서 잘 배우니까… 예배도 하고 말씀도 배우고 뭐 이래 저래 좋은거니까...’ 라는 식으로 넘어가기 시작했지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이 어느만큼 가 있는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그간 집에서 가르쳤던 선한 것들이 교실에서 만나는 학급 친구들의 영향으로 어떻게 변모해 가는지 미처 다 파악하지 못하고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그 학교에서 맞는 세 번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 학교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모든 아이들이 같은 반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나씩 돌리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해영은 의례히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은 무엇으로 골라야 하나’ 하며 고민하고 있었지요. 또 아이들은 시크릿 산타에게 받을 선물 리스트를 작성해서 교실 뒷 벽에다 붙여놓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대개 학교의 성탄 파티는 한 학기 마무리 파티를 겸하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별 생각 없이 그렇게 그 해 크리스마스도 지나갈 뻔 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오후 학교에 다녀온 초원이 엄마에게 달려와 이렇게 묻는 것이 아니겠어요?

“엄마, 이번 크리스마스 파티 제목이 “All I want for Christmas is Jesus (내가 성탄절에 원하는 것은 예수님뿐)” 래요. 아, 그런데 이번에는 무슨 선물을 받을까? 엄마, 엄마, 이번에 뭐 사주실거에요?”

아무 생각없이 듣던 해영에게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원이와 희원이가 앞다투어 자기가 원하는 선물들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옆에서 가만히 보던 해영은 아이들을 불러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얘들아, 잘 들어봐.. 이번 주제가 “All I want for Christmas is Jesus” 라면서... 근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니..?”

이렇게 시작한 해영은 아기의 모습으로 낮고 천한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예수님의 사랑에 대해 점점 격정적으로 토해내듯 말을 이어가더니 결국 해영은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답니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었지요. 이런 어색한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 해야하나 싶던 해영은 마침내 아이들에게 함께 기도하기를 요청했습니다. 그런 엄마의 권유에 조용히 눈을 감고 두손을 모으는 아이들... 처음에는 그저 눈만 감고 있는듯 보였지요. 해영은 재차 아이들에게 기도에 집중하기를 요구하며 함께 기도하며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기도가 깊어질 수 있도록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초원이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엄마, 나는 예수님이 그렇게 추운 곳에서 태어난지 몰랐어요. 엉~ 엉~ 엉~”

초원이가 기도하다가 문득 추운 곳에 누워있는 아기 예수님의 모습을 본 것이었습니다. 해영은 초원이의 말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었지요. 더 이상 다른 특별한 것이 일어나지는 않은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습니다. 그 해에도 초원이와 희원이는 교회 행사로 율동과 찬양에 참여했습니다. 송용과 해영이 더 이상 아이들 동영상을 찍지는 않게 되었지요. 아이들이 주님께 드리는 몸짓을 저희가 담아서 감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본인들의 차례가 끝나자 한 명 두 명 엄마 아빠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조금 소란스럽게 아이들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물어보니 율동과 찬양을 잘 끝낸 아이들에게 선생님들이 맛있는 과자 세트를 선물로 나눠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희원이는 빛의 속도로 밖으로 달려나가서는 선물을 받아오는데 초원이는 웬걸 움직이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해영이 한 번 가보라고 권유해도 나중에 가겠다며 미루더니 결국에는 모든 순서가 끝날 때까지 가질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마지막 기회라며 한 번 가보라고 다시 한 번 권유하는 해영에게 초원이가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습니다.

“엄마.. 나 그 찬양.. 예수님께 선물로 드렸어. 그러니 선생님께 보상 안 받아도 돼요.”

해영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감동과 기특함과 부끄러움 등이 해영의 마음에 교차했습니다.

교회 행사 이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초원이는 희원이 과자를 뺏어 먹으려고 무지하게 노력하는 철없는 여덟 살 아이의 모습으로 금세 돌아왔답니다. 그러나 그 때 초원이가 주님께 올려 드린 선물을 주님이 얼마나 기쁘게 받으셨을지……. 생각하면 할수록 큰 감사가 넘치는 크리스마스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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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낮은울타리 12월호에 연재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 #몽골 #자녀양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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