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훈련


혹이 이런 류의 경험 있으신가요?

“잉~ 또 곰국이양? 나 곰국에 밥 말아 먹는 거 안 좋아하는뎅…"

분명히 어제 잘 먹은 곰국인데, 갑자기 아이가 밥상 앞에서 떼를 씁니다. 곰국을 안 좋아 한다면서 말이지요. 물론, 우리 부모들은 지금 아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요. 같은 종류의 음식을 또 먹기 싫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아이가 이렇게 밥상 앞에서 투정 부리는 것, 아무리 같은 종류의 음식이라 할지라도 그 앞에서 불평하는 것을 그대로 다 받아줄 수만은 없는 일이지요. 자, 그러면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희 가정이라면 거의 이렇게 할 것입니다. 케빈 르먼이라는 유명한 심리학자이자 자녀교육가가 쓴 책에서 배운 방법이지요. 먼저, 그렇게 아이가 투정을 부릴 때, 아빠나 엄마는 침착하고도 평안한 얼굴을 유지합니다. 오히려 인자하고도 미소를 띤 얼굴로, 당연하다는 듯이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는, 천천히 이렇게 얘기합니다.

“어, 그래? 곰국 안 좋아하는구나~ 그래, 잘 알았어~ 그럼 안 먹어도 돼."

그러고는 밥이 말아져 있는 곰국 그릇을 살포시 들어서 가져가서는 (아이는 눈을 크게 뜨고 아빠/엄마를 주시하는 중) 그 곰국을 그대로 음식 쓰레기통에 쏟아 버립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얘기해 줍니다.

“자, 이제 다른 식구들이 식사하는 동안 계속 옆에 앉아서 지켜 보아도 괜찮고, 아니면 네 방에 들어가서 다른 할 일을 해도 괜찮아. 참, 근데, 지금부터 내일 아침까지 다른 밥이나 간식은 따로 없는 것 잘 알지?"

아이는 놀라면서도 시무룩한 얼굴로 어깨를 늘어뜨린 채 터벅터벅 자기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러고서는 저녁 내내 몇 번이나 아빠 엄마를 찾아와서는 배고프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빠 엄마는,

“안타깝지만 네가 선택한 일이야. 그 결과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지는 훈련을 받는 중이란다. 아빠 엄마는 차려진 음식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밥을 먹일 생각이 없어요. 내일 아침 밥을 먹을 때까지 기다리자. 오케이?"

케빈 르먼은 이러한 방법을 현실 훈련(reality discipline)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이 현실을 맞닥뜨리게 함으로써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훈련시켜 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인고의 밤을 보내게 된 아이는 대개 다음 날 아침 매우 일찍 일어납니다. 만일 어제 가족들이 먹고 남은 곰국이 아직 있다면, 최고의 훈련 조건이 갖춰진 셈입니다. 아이 앞에는 바로 그 곰국이 다시 차려집니다. 과연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십중 팔구 아이는 자기 앞에 놓인 곰국밥에 숟가락을 들이 대고는 허겁지겁 들이키기 시작할 것입니다. 말 그대로 음식을 ‘흡입’하는 수준이지요. 그리고 아이는 현실을 배우게 됩니다. 이미 차려진 음식 앞에서 불평을 했을 때에 어떠한 결과와 맞닥뜨리게 되는 지를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하나님은 각 사람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철저하리 만큼 존중하시지요. 대신 각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응당하는 결과를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우리 하나님께서는 그 결과, 즉 선택의 결과로 주어지는 현실 역시 철저히 존중하시기 때문이지요.

사람은 무엇을 심든지, 심은 대로 거둘 것입니다. (갈라디아서 6:7b)

현실 훈련은 아이들에게 가혹한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 살아갈 현실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지요.

앞의 예처럼, 아이가 그렇게 밥상 앞에서 투정을 부릴 때, 많은 부모들이 “너 그렇게 하면 밥 안 먹는다!” 하고 위협(?)만 하고는 일단 넘어갑니다. 아이는 그런 위협과 상관 없이 계속해서 투정을 부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투정을 듣는 것이 싫은 부모들은 “그럼 곰국 먹지 말고 딴 거 먹어” 하면서 아이 앞에서 곰국밥을 치워 버리고는 새로 밥을 떠서 내어 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는 한 가지를 배우게 됩니다.

‘계속 투정을 부리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구나.’

단순히 밥을 먹고 안 먹고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앞으로 아이가 살아갈 현실은 부모가 가르쳐주고 있는 현실과 다르다는 것이 진짜 문제이지요. 백화점에 가서 투정을 부린다고 내가 원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니까요.

저희 부부에게도 아이들을 현실로부터 지나치게 격리하여 과보호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좋은 것으로 자녀에게 채워주길 원하는 것이 부모의 심정이니까요. 그러나 이 현실 훈련이라는 방법을 통해 건강하게 권위를 사용하면서도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길을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한 예로, 저희 가정에는 아이들이 짜증을 부림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이 부분에 대해 아빠 엄마로부터 이미 설명을 들어서 알고 있지요.

예를 들어, 두 아이가 한 장남감을 놓고 서로 자기가 갖고 놀겠다며 으르렁대는 경우, 아빠는 침착하게 그 장남감을 집어서 아빠 서랍 속에 집어 넣습니다. 그러고서는 얘기합니다.

“아빠는 너희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장난감을 사 주었는데, 이 장난감이 오히려 너희 둘을 다투게 만든다면, 그건 아빠가 원래 바랬던 일이 아닌 걸. 이 장난감은 다음 주까지 아빠가 보관할게.”

아이들이 이리 저리 항변해 보지만, 아빠는 누가 더 잘못했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한 가지, 자신들은 더 이상 그 장난감을 갖고 놀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지요. 아이들은 순간 절망하지만 곧 현실을 받아들이고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들의 놀이를 계속합니다. 두 아이 사이의 싸움은 이미 동기를 잃어 버렸고, 아이들은 그렇게 싸워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현실을 배운 것입니다.

얼마 전 토요일에는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평일과 다르게 아이들은 한껏 늦잠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아빠 엄마가 아이들을 억지로 깨워서 아침밥을 먹였겠지만, 그 날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미 아침 식사 시간이 지나서 부시시 일어난 아이들 왈,

“엄마, 뭐 먹을 거 없어요?”

아빠가 대신 대답합니다.

“어, 얘들아 미안하지만, 엄마는 지금 다시 밥을 차릴 수 없어. 조금 있으면 점심 시간인데, 그 때 엄마가 식사 준비 해야 하는 것 알지? 엄마가 하루 종일 밥만 차릴 수는 없잖아요? 이미 아침 식사 시간이 지났으니까 12시 반까지 기다렸다가 점심 먹자. 오키?”

점심 시간까지 간식도 없다는 것은 당연지사. 그 날 따라 아이들은 유난히 더 배가 고파 했습니다. 그리고 점심 때가 되어 함께 식사를 하는데, 아이들이 그렇게 맛있게 밥을 먹을 수가 없더군요. 묻지도 않았는데, 둘째 희원이가 하는 말이,

“나 다시는 토요일에 늦게 일어나지 않을래요.”

그리고 그 다음 주 토요일이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아이들은 아빠 엄마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평일처럼 아침 7시에 일어나서는 스스로 아침 밥을 챙겨 먹고 있었답니다.

하나님께서는 부모들에게 가정에서 아이들을 훈련시킬 수 있는 권위를 주셨습니다. 우리 부모들은 이 권위를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서 권위적인 부모가 되기 쉽습니다. 반면 그런 권위적인 부모가 되길 꺼려하는 부모들은 반대 쪽 극단으로 치우쳐 아이들에게 권위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에 아이들을 방임하게 될 수도 있지요.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참았던 화가 한꺼번에 폭발해서 아이들에게 분노를 쏟아 내기도 하는 날이라면 부모들의 마음은 비참해지기 마련입니다. 저희 부부도 자주 실수하고 넘어지지만 이 현실 훈련이라는 도구가 매우 현실적이고도 건강한 도움이 되는 것을 경험한답니다.

현실 훈련은 권위적이지 않으면서도 건강하게 부모의 권위를 사용하여 아이들을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좋은 기술이랍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도 이 ‘현실 훈련'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 인류를 인도해 오신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새해, 여러분의 가정에서도 건강한 권위 사용을 통해 아이들을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더욱 훈련시켜 나갈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사랑해요~~~

** 추천 도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부모 되기, 케빈 르먼, 두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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